영화 이야기

[잡담] 극장은 사라지게 될까?

유오빠 2024. 7. 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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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산업에 대한 생각을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특정 사업자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으며, 100% 제 개인적인 의견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저는 극장 사업자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산업이 존재하는 한, 그걸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수단은 극장밖에 없으니, 극장 자체가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겠지만, 통폐합과 축소 과정을 거치며 전체 파이 자체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철수하고, 1위 사업자인 CGV 혼자서 지금보다 작은 사이즈로 사업을 영위할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이 결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극장 산업의 생리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합니다.
 



1. 한철장사

 
일단 극장은 공간사업자입니다. 넓은 공간을 이용해 티켓, 식음료, 시간 때우기 오락실 등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사업이지요. 
 
그런데 극장은 일주일 중, 5일은 공간을 놀리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휴가지가 한철 장사 하듯이, 주말에만 장사를 하고, 평일은 그 넓은 공간을 그냥 놀리는 사업인 것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극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플랜 B들을 가동시켜 왔습니다.
극장 공간을 기업의 행사/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임대해주기도 하고, 유명가수의 콘서트를 실시간으로 방영하기도 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 결승전을 상영하기도 했습니다. 단발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극장은 주말 장사로만 먹고사는 산업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BTS?

 




2. 1인당 객단가

 
그 와중에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2019년과,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2023년의 데이터를 비교하면, 극장의 매출은 늘었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의 수는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매출이 상승한 것은 그만큼 티켓값을 비싸게 받고, 식음료를 더 열심히 팔아서 고객 한명에게서 더 많은 매출을 발생시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티켓 값을 올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겁니다. 왜냐하면 당장 관객들은 1회 티켓값과 OTT 가격을 비교하기 시작했고, 극장 한번 가는 것보다 더 싼 가격으로 한 달 내내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이미 일반 극장 티켓값은 심리적 저항선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극장들은 점점 더 고급화된 상영관들을 만들어내면서 관객 한명에게서 더 많은 돈을 뽑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급 상영관을 늘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1만 원짜리 티켓을 열명에게 파는 게 어려우니, 한 명한테서 10만 원을 뽑을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것보다 몇배는 더 많은 특별 상영관

 




3. 낙수효과의 실체

 
또 그 와중에 극장이 가지고 있던 낙수효과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형 백화점이나 대형몰이 생길때, 예전에는 경쟁적으로 극장을 입점시키기 위해 엄청나게 싼 임대료를 극장들에게 제시해 왔습니다. 영화를 보러 온 고객들이 식당도 가고, 쇼핑도 하는 등, '낙수효과' 내지는 '분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이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주차 시간을 통해 정량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데, 관객들은 대부분 영화를 보면 무료로 확보할 수 있는 주차시간 안에서만 해당 공간에 머물다가 나간다고 합니다. 즉, 백화점이나 몰에 머물면서 추가지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의미지요.

최근 극장이 있던 자리에 대형 키즈카페나 아이스링크 등이 대신 입점하는걸 많이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놀리려고 데리고 온 부모들이 두세 시간 동안 머물면서 간식값, 커피값을 쓰게 될 텐데, 이 돈이 극장이 만들어내는 낙수효과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낙수효과의 안 좋은 예

 
 




4. 외부 음식 반입

 
그리고 극장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던 주요 매출원들을 외부 사업자에게 모두 빼앗기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VOD와 OTT는 확실하게 극장의 적입니다. 이미 극장 1회 티켓값은, 수천편의 영화를 한달 내내 마음껏 볼 수 있는 넷플릭스 한 달 이용료와 동일해진 상황이고, 다양한 프로모션들을 결합하면 절반, 혹은 그 이하의 가격으로도 이미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PC방의 본질이 음식장사인 것처럼, 영화관에서 파는 식음료가 극장 매출의 상당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 이후 우리나라의 모든 영화관에는 외부 음식물을 반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던데, 극장들이 수익감소를 염려해 홍보 활동을 필사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외부 음식물 반입, 됩니다!! 된다고요!

 
 




5. 트렌드의 변화

 
마지막으로 이 모든 문제는,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서 시작된 것인데...

앞으로 젊은 세대들은 점점 더 극장을 찾지 않게 될겁니다. 
이 문제는 절대 해결이 되지 않을겁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의 세대들은 두세시간을 자리에 앉아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 세대가 아닙니다. 
그들은 30초 짜리 숏츠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모바일 콘텐츠, 혹은 유튜브나 틱톡 같은 숏폼 콘텐츠가 만들어낸 문화일 수 있습니다. 요즘 세대는 15편짜리 드라마를 한 시간도 안 되는 요약본으로 빠르게 흡수해 버리는 세대입니다. 점점 더 짧고 빠르고 도파민 많이 분출되는 콘텐츠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그들의 오락거리에서 계속 순위가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앞서 말씀드린 다섯가지 이유로 극장은 점점 더 매출이 감소하게 될 것이고,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참고로, 극장 사업자들의 IR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본인들을 "공간 플랫폼"이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이게 말이 좋아 플랫폼이지, 결국은 영화 상영만으로는 돈이 안되니 공간을 이용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의미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저 미래지향적인 단어가 극장산업의 한계를 더더욱 느끼게 해주더군요.


아무튼 저는 theater lover이기 때문에, 영화관이 사라지지 않고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이 참 녹록지 않네요.

아래의 글들과 데이터를 함께 보시면 조금 더 이해가 잘 되실 것 같아 링크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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