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최신 영화 리뷰] 설계자 (결말 및 해석 포함)

유오빠 2024. 6.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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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계자에 대한 리뷰입니다. 결말과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에 대한 추천성 리뷰를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를 다시 곱씹으며 글을 쓸 때 기분도 좋고 재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무 완성도가 처참해서, 그걸 널리 알리기 위해 글을 쓰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동원이 주연을 맡은 이 '설계자'가 딱 그 케이스입니다.



설계자 (The Plot, 2024)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러닝타임 : 99분
감독 : 이요섭
주연 : 강동원, 이무생, 이미숙, 이현욱, 이동휘



23년 말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파묘, 범죄도시4, 그녀가 죽었다, 시민덕희, 원더랜드 등 괜찮은 한국 영화들이 꾸준히 개봉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평균 점수를 확 깎아먹는 라이징 스타가 나타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각본이 엉망인건지, 연출이 엉망인 건지 헷갈려서, 감독과 각본가를 각각 찾아보려고 했는데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더군요. 그렇다면 이건 변명의 여지없이 이 영화의 키를 잡고 있는 감독(겸 각본)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강동원은 몇명의 팀원과 함께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입니다. 그런데, 모든 언론과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유력 정치계 인사를 제거해야 하는 의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본인을 포함한 팀원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 뒤로 팀원들은 하나씩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강동원은 이것이 '청소부'라고 하는... 본인들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기업화된 청부살인 집단에 의한 작업이라고 단정을 하고, 혼자서 청소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합니다.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다 엉망이라서, 뭐부터 써야할지 참 난감하긴 한데요,

이 영화의 도입부를 보는 순간부터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강동원과 팀원들이 한 건의 청부살인을 설계하여 처리해 내는 과정을 초반 10분에 담아 두었는데, 너무 뻔하고 전혀 놀랍지 않은 어설픈 살인 과정을, 마치 되게 대단한 것처럼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게 참 짜증이 났습니다. 

 

심지어 임팩트도 없는 이 도입부를 한번 더 되샘김질하며, 이 부분이 사실은 이렇게 설계된 거였어, 여기 등장하는 캐릭터가 사실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팀 멤버였어... 막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요즘 관객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이런 각본을 쓰고 이런 편집을 할 수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6년작, '미션 임파서블 1편'을 보면, 주인공인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도입부의 미션에서 모든 팀원들을 잃고, 미션 수행 과정을 머리속으로 되새겨보며, 사실은 이런 거였구나, 내가 속았구나... 하며 깨달음을 얻는 장면들이 있는데, 갑자기 그 훌륭했던 30여 년 전의 연출 씬이 새삼 떠오르더군요. 



혼자서 청소부의 정체를 찾아다니던 강동원이 결국에는 "아 나는 얘들 못 이긴다. 누가 청소부인지 모르겠다"라고 현실자각하고 혼자 경찰에 자수하러 가는 황당한 결말로 이어집니다. 경찰서에서 내가 사실은 사고를 가장해 사람들을 청부살인한 설계자다~라고 자수하는데, 경찰은 "증거 가져와라. 자기가 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경찰은 너 같은 사람 일일이 상대 못해준다, 증거 가져와라"하면서 강동원을 다시 내보내고, 결국 강동원은 청소부들에게 정리당하는 듯한 암시와 함께 영화는 종료됩니다.


참고로, 강동원이 자수하러 찾아간 그 경찰이 뜬금없이(아무런 전조도 없이) 사실은 '청소부'였다는 당황스러운 반전을 하나 내놓기도 합니다.

이런 황당하고, 개연성 없고, 긴장감 없고, 전혀 완급조절 안되는 사건들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집니다. 왜 등장했는지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도 너무 많고...

등장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캐릭터들

 



이요섭 감독의 전작이자, 첫 영화인 '범죄의 여왕 (The Queen of Crime, 2016)'이라는 영화는 꽤 괜찮았다고 합니다. 

제 생각이지만, 저예산 인디 영화로 첫 스타트를 잘 끊었는데, 두번째 영화에서 갑자기 강동원이라는 스타 배우가 캐스팅되면서, 영화 자체의 예산과 스케일이 확 커졌을 것이고, 이요섭 감독은 갑자기 늘어난 이 리소스를 잘 다룰 수 있는 경험치가 부족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이저 케이퍼물이나 스파이물 영화에서 있어 보이는 것들은 다 가져다 붙이면서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마음껏 사용했을 텐데, 정작 이 모든 리소스와 에셋을 말이 되도록 하나로 꿰는 경험(혹은 역량)의 부재가 이 사태를 불러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이 되다보니... 개인적으로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티켓파워가 진짜 그렇게 대단한가? 하는 생각도 한편 들었습니다. 

  • 의형제 (Secret Reunion, 2010) - 송강호와 공동 주연
  • 군도: 민란의 시대 (KUNDO: Age of the Rampant, 2014) - 하정우와 공동 주연
  • 검은 사제들 (The Priests, 2015) - 김윤식과 공동 주연
  • 검사외전 (A Violent Prosecutor, 2016) - 황정민과 공동 주연

 

강동원의 대표작인 작품들을 떠올려보니, 단독 주연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진짜 티켓 파워가 보장되는 대배우들과 함께 출연하여 그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할 때 가장 성과가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 해보았습니다.

 

2024년에 개봉한 영화들 중, 6월까지의 흥행 순위를 링크하며 글 마무리 하겠습니다. 한국 흥행순위와, 글로벌 전세계 흥행순위 모두 링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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