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합병 (CGV 대항을 위한 2,3위 극장 사업자의 승부수)

국내 멀티플렉스 2위, 3위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합니다.

영화 업계 최대 빅딜로, 1위 CGV와 대결 구도를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2025년 5월 8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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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합병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합작 법인은 양사가 공동 경영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전국 스크린 수(1,682개)를 합치면 CGV(1,346개)를 능가하는 몸집을 갖추게 되는 것으로, 우리나라 영화사에서 굉장히 큰 사건이지만 예상외로 이슈화가 되지 않고 조용히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로는 세가지 정도를 들 수 있는데...

 

 

1. 일단 두 회사의 합병이 생각보다 임팩트가 없습니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데다가 사업 영역이 거의 완벽하게 겹치는 두 회사가 합병해 봐야 크게 나아질 것이 없어 보여서입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겠다고 선언한 지 2년은 된 것 같은데, 실제로 이게 진행된다고 해도 넷플릭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심지어 이제는 쿠팡플레이에도 못 미칠 것 같습니다)

이 합병으로 인건비 효율 측면에서 효과를 보거나, 마케팅 출혈을 약간 줄일 수는 있겠지만, CGV라는 1위 사업자와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으므로 파격적인 비용 절감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양사는 합병 이후 외부 투자유치를 예고한 상황인데, 사실상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신규 자금을 확보해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이 합병의 가장 큰 목표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2. 두번째로는 극장 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극장 사업자의 IR 자료를 보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2019년 코로나 이전의 실적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데다가, 심지어 2023년 이후 역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CGV만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2024년 6월에 연결편입된 CJ올리브네트웍스의 효과 덕분에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실제로는 2023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CGV 역시 25년 1Q의 실적을 보면, 전체 극장 관람객 수와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모두 감소했습니다)

그래도 CGV는 해외 매출이 50% 이상인데다가 그 비중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대부분의 매출을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둘이 힘을 합쳐서 파이팅 넘치는 사업을 한다고 한들, 파이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국내의 시장 환경에서 드라마틱한 성장을 달성해 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3. 마지막으로 너무 뻔한 이야기인데... 결국은 킬러콘텐츠가 없기 때문입니다.

롯데시네마는 '롯데 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두 회사가 각각 영화 배급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2025년에 기대작 라인업도 없고, 이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히트작 콘텐츠가 보이질 않습니다. 

롯데는 2025년에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가지고 있긴 한데, 이게 한국에서 엄청난 티켓 파워를 보이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서 상황을 크게 반전시켜주지는 못할 것 같고, 그나마 메가박스가 <범죄도시>시리즈를 가지고 있지만 2025년에는 차기작 공백이 있는 상황이라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헤일로'를 플레이하기 위해 엑스박스를 구매했던 것처럼, 플랫폼과 킬러콘텐츠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가야되는 것인데, 지금은 콘텐츠는 전혀 보이질 않고 플랫폼의 몸집만 커지는 상황이다 보니, 두 회사의 합병이 그닥 대단하게 판을 바꿀 것 같은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약 1년 전쯤 극장은 사라지게 될 것 같다는 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이 내용은 아직도 유효하고, 현재도 진행중이며,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간되시면 아래 링크의 글을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잡담] 극장은 사라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