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에 개봉한 한국 영화 <허들>에 대한 리뷰입니다.

'가족돌봄청년'을 소재로 하는 독립영화입니다. 펜트하우스 최예빈의 첫 주연작이기도 합니다. 상업영화의 화려한 마케팅도, 스타 캐스팅도 없이 조용히 극장에 걸렸다가 조용히 내려온 작품이지만, 보고 난 뒤 오래도록 마음에 걸리는 영화입니다.
언제나처럼 스포를 포함하고 줄거리와 결말을 정리하겠습니다.
허들 (Hurdle, 2025)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02분
감독 : 한상욱
주연 : 최예빈, 김영재, 권희송, 이중옥

■ 기본정보
한상욱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10년간 상업영화 현장에서 제작 파트로 일하다가 2022년 가족돌봄청년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받은 충격을 영화로 옮겼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가족을 돌봐야만 하는 청년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조사해 보니 무수히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었으며, 그 부담이 어린 세대에게 비극이 되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는 문구가 나타납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건 하나가 지칭되는 것은 아니며, 이 작품 속에 담긴 가족 돌봄 청년 문제는 여러 사례를 통해 분명히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는 현실을 담은 것입니다.


주연 최예빈은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이름을 알린 배우입니다. 이 영화가 첫 주연작인데, 직접 실제 육상 훈련을 기반으로 한 허들 동작을 연기해냈으며, 감독이 대역의 여지도 있다고 했지만 무조건 해낸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습니다.
■ 줄거리 및 결말 (스포주의)
주인공은 서연(최예빈)입니다.
고등학생 유망주 허들 선수로, 군청 실업팀 입단을 꿈꿉니다. 압도적인 재능보다는 노력으로 결과를 이끌어낸 선수로,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빠른 실력으로 소박하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학생 선수입니다. 아빠 문석(김영재)은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고강도 노동 환경 속에서도 딸의 경기를 응원해 주는 유일한 가족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도로에서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었다는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서연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이 상황을 더욱 잔혹하게 만듭니다. 수술 동의서엔 서명할 수 없고 입원포기각서엔 서명이 가능한, 서류상 보호자이지만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동시에 모든 결정을 떠맡아야 하는 모순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아빠가 깨어나긴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서 누군가 계속 아빠를 돌봐줘야만 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간병인을 구하지 못한 서연은 직접 병간호를 위해 훈련을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록 경기인 허들 종목 선수에게 훈련 공백은 치명적입니다. 빚을 갚으려면 실업팀에 입단해야 하는데, 입단하려면 훈련을 해야 하고, 훈련을 하려면 아빠 곁을 떠나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합니다.
민정(권희송)은 서연의 친구이자 라이벌입니다. 결국 대회 1등을 차지한 서연이 아닌 민정이 실업팀에 입단하게 됩니다. 감독의 결정입니다. 빚실업팀 입단이 좌절된 후, 빚을 갚을 길이 막힌 서연은 벼랑 끝으로 내몰립니다.


결말은... 너무 힘든 상황에 처한 서연을 지켜보던 아빠는 서연이에게 "아빠가 부를 때까지 자신을 두고 방 문 닫고 나가 있으라"고 합니다. 서연은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를 혼자 두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아빠가 시키는 대로 아빠를 방에 두고 떠납니다. 결국 일주일 동안 혼자 방에 있던 아빠는 죽게 되고, 서연은 친족을 살해했다는 협의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서연은 법정에서 다음처럼 최후 변론을 합니다.
"내가 잘못했다는 걸 잘 안다. 내가 아빠의 보호자인데 아빠를 죽게 놔두었다는 죄를 인정한다. 죽어서 아빠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도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 되지 않느냐, 나는 진짜 열심히 아빠랑 살아보려고 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누가 보호해 주느냐?"


어린 나이에 모든걸 떠안아야 했다는 상황이 고려되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서연은 징역 4년을 받으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가 시작되기 전, 대한민국 가족돌봄청년의 수는 18만 명인데 이들은 아직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힘들게 살고 있다는 자막이 등장합니다.

■ 후기 평점
불편한 영화입니다. 통쾌함도, 눈물을 쏟아내는 신파도 없습니다. 영화의 초점을 서연의 모습으로부터 떼어 놓지 않는 감독의 선택은 이 문제가 무거운 사회 고발극 형식이 아니라, 한 인물이 자신의 시간을 버텨내는 과정을 지켜보게 만드는 쪽으로 이 영화를 옮겨 놓습니다. 트랙 위의 허들과 일상 속 삶의 허들이 겹쳐지며 만들어지는 깊은 공감 서사,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과 달리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의 현실적 감정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씨네21 전문가 평점 7점,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8점대 후반.
흥행은 아쉽지만 본 사람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습니다. 최예빈이라는 배우가 처음으로 스크린 전체를 혼자 짊어지는 영화인데, 그 무게를 충분히 감당해 냈습니다. 가족 돌봄 청년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낯선 분들, 혹은 그 현실 속에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유독 깊이 박힐 것 같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세계 역대 개봉 영화 순위 TOP 50을 아래 링크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재미 삼아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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