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영화 리뷰] 넌센스 - 박찬욱도 인정한 심리 스릴러 (줄거리 결말 해석, 관람평)

유오빠 2026. 5. 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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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박찬욱 감독이 직접 "명품 스릴러"라고 극찬을 남긴 한국 영화 <넌센스>에 대한 리뷰입니다.


개봉 당시 누적 관객 3,000명 남짓으로 극장에서 조용히 사라진 영화입니다. 근데 넷플릭스에 올라오고 나서 뒤늦게 역주행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묻힌 게 안타까울 만큼 괜찮은 영화입니다. 한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스포를 포함하고 줄거리와 결말을 정리하겠습니다.


넌센스 (THE NONSENSE, 2025)

장르 : 심리 스릴러, 드라마
러닝타임 : 117분
감독 : 이제희
주연 : 오아연, 박용우, 오민애

 



■ 기본정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이제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노이즈>의 각본을 쓴 인물인데, 첫 장편 데뷔작부터 날 선 심리 스릴러를 들고 나왔습니다. 제작비도 많지 않고, 스타 배우도 없고, 큰 볼거리도 없는 영화인데도 박찬욱 감독의 입에서 "명품 스릴러"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수준을 말해줍니다. (박찬욱 감독이 아무 영화에나 이런 말 붙이는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이제희 감독은 사이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사이비 교주가 사람을 어떻게 흔드는지, 말이 어떻게 사람을 조종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이 영화의 씨앗이 된 것입니다. 그 결과물은 단순한 사이비 고발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무언가를 믿고 싶을 때 어디까지 눈을 감을 수 있는가를 묻는 훨씬 더 불편한 질문으로 완성되었습니다.



■ 줄거리 및 결말 (스포주의)

주인공은 유나(오아연)입니다.
냉정한 일처리로 유명한 손해사정사입니다. 아버지의 부재로 고통받는 어머니(오민애)를 돌보면서도 감정을 철저히 닫아둔 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낸 직장 동료를 대신해 의문의 저수지 실족사고 건을 맡게 됩니다. 암환자였던 사망자가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규명하면 되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건입니다. 



그런데 거액의 사망보험금 수령자가 사망자의 가족도 친척도 아닌 낯선 남자였습니다.
순규(박용우)는 스스로를 웃음치료사라 소개하는 인물입니다. 무명 코미디언 출신으로, 삶이 무너진 사람들을 찾아가 독특한 방식으로 웃음을 되찾아준다고 주장합니다. 멘토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기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기이한 행동과 모호한 태도로 의심을 유발하지만, 그의 말에는 묘하게 설득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유나는 순규를 캐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납니다. 순규와 가까웠던 사람들이 파국을 맞고, 갑자기 사표를 낸 동료 보경(임현주)의 행방도 묘연합니다. 유나의 의심은 점점 확신에 가까워집니다. 이 남자는 사기꾼이거나 더 나쁜 무언가라고.
그런데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순규와 대화를 거듭할수록, 흔들리는 건 순규가 아니라 유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순규는 유나의 균열을 파고들고, 유나는 자신도 모르게 감춰두었던 감정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감정, 어머니를 돌보는 피로감, 완벽하게 이성적인 척 살아온 삶의 균열들 등등.



영화 중반부 압도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해적 통 게임(통에 칼을 차례로 꽂아 해적이 튀어나오면 지는 장난감)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퀀스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게임의 긴장감이 두 사람의 심리전과 완벽하게 포개지는,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결말에서 유나는 모든 사건의 진상을 파악했고, 순규 역시 숨겨둔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습니다. 유나는 순규를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끝내 순규가 진짜 사기꾼인지, 진심으로 사람을 치료하려 했던 인물인지 어떤 답도 내리지 않습니다. 믿음에 관한 어떠한 답도 내리지 않은 채, 석양에 묻히는 유나의 얼굴로 영화는 끝납니다. 그 얼굴이 어떤 표정인지, 관객이 각자 해석해야 합니다. 



■ 후기 평점

불편한 영화입니다. 통쾌한 결말도 없고, 명확한 선악 구분도 없고, 시원하게 정리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근데 그 불편함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머릿속에 남습니다.

이 영화가 탁월한 이유는 순규라는 인물을 끝까지 회색지대에 놓아두는 용기 때문입니다. 사이비 교주를 소재로 한다고 하면 으레 "이 사람은 악인이고 피해자들은 불쌍하다"는 구도로 흐르기 쉬운데, <넌센스>는 그 경계를 끝까지 흐릿하게 유지합니다. 박용우의 연기가 그 모호함을 구현해 냅니다. 오아연 역시 감정을 닫은 채 조금씩 균열이 생겨가는 인물을 미세한 표정 변화만으로 쌓아 올립니다. (오아연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이 영화로 처음 알게 됐다면, 앞으로 주목하시면 됩니다.)



씨네21 전문가 별점 7.0점. 극장에서 3,000명이 본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역주행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K드라마 사이에서 지쳐있을 때, 이런 영화 한 편이 생각 외로 오랫동안 뇌리에 박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역대 최고의 스릴러 영화 TOP 10은 아래 링크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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