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노출 수위의 영화 <아노라>에 대해 정리하겠습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BIG 5로 불리는 수상부문 중, 남우주연상을 뺀 나머지 4개(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를 싹쓸이하는 대쾌거를 거둔 작품입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수위 높은 연기를 펼친 두 여배우의 경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의 수상을 예상했지만, 오스카는 예상을 깨고 <아노라>의 '마이키 매디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6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다가갔던 45년 경력의 데미 무어를, 처음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25살 배우가 꺾은 것인데... 실제로 이 영화를 보면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마이키 매디슨이 저세상 매력을 뿜어대며 극 전체를 하드캐리합니다.

아노라 (Anora, 2024)
장르 :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러닝타임 : 139분
감독 : 션 베이커
주연 : 마이키 매디슨, 마르크 예이델시테인, 유라 보리소프

■ 기본정보 + 마이키 매디슨에 대하여
션 베이커 감독은 사실 주류 흥행 감독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탠저린> 등 미국 사회의 밑바닥 인생들을 리얼하게 포착해 온 독립영화감독이었는데, <아노라>로 드디어 대중과 평단 양쪽을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진짜 이야기해야 할 것은 주연배우 '마이키 매디슨'입니다.
<스크림(2022)>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조연으로만 알려져 있던 당시 25세의 배우를 션 베이커 감독은 오디션도 없이 바로 낙점해 주연으로 캐스팅했습니다. 마이키 매디슨 본인도 "인생에서 단 한 번 오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쳤다"라고 밝혔는데, 그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만큼의 연기를 펼칩니다.
수위 높은 노출 연기는 기본이고, 스트리퍼 연기를 위해 직접 스트립 클럽을 방문하고 폴댄스를 익혔으며, 러시아어와 브루클린 억양까지 별도로 연구했다고 합니다. 촬영 현장에서는 친밀감 조율 전문가가 별도로 투입될 정도였습니다. 그 결과 칸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했고, 유력 후보였던 데미 무어를 제치고 제9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이미 골든 글로브, BAFTA까지 싹쓸이한 뒤였으니 사실상 그해 최고의 여배우였던 셈입니다.

■ 줄거리 및 결말 (스포주의)
주인공은 아노라, 별명 애니(마이키 매디슨)입니다.
23살. 뉴욕 브루클린의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스트리퍼로, 러시아계 할머니 덕분에 러시아어를 조금 할 줄 압니다. 본명인 '아노라'가 싫어서 다들 애니라고 부르게 합니다. 강하고 괄괄하지만, 어딘가 한구석엔 순진한 구석도 남아 있는 인물입니다.
이반, 별명 반야(마르크 예이델시테인)는 러시아 재벌가의 아들입니다.
부모의 돈으로 뉴욕에서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철부지 청년입니다. 미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둘은 클럽에서 만납니다. 반야가 러시아어를 하는 스트리퍼를 찾다가 애니를 지목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밤새 클럽과 카지노를 돌며 급격히 가까워진 두 사람은 충동적으로 라스베가스로 날아가 결혼식까지 올려버립니다. 그런데 이 결혼 소식이 러시아에 있는 반야의 부모에게 전해지면서 영화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반야의 아르메니아인 대부 토로스와 그의 부하 가닉, 이고르 셋이 저택으로 쳐들어옵니다. 결혼을 무효화하라는 명이 떨어진 것입니다. 반야는 부모가 온다는 소식에 겁을 집어먹고 애니를 버려두고 빤쓰런을 시전 합니다. 남겨진 애니는 가구를 부수고 욕설을 퍼부으며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결국 전화선에 묶이는 신세가 됩니다. (이 소동극 시퀀스가 약 25분에 걸쳐 펼쳐지는데, 코미디인지 비극인지 헷갈리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명장면입니다.)

도망친 반야를 찾아 뉴욕 밤거리를 누비는 토로스 일행과 애니의 추격전, 그리고 라스베가스까지 날아가 반야의 부모와 대면하는 장면까지. 애니는 끝까지 결혼을 지키려 싸우지만, 이반의 아버지가 직접 등장한 순간 모든 게 끝났음을 직감합니다. 결국 애니는 결혼 무효 서류에 서명합니다. 서명 후 "너 같은 한심한 녀석과 이혼하길 잘했다"며 반야에게 독설을 날리고 돌아서는 장면은 씁쓸하면서도 통쾌합니다.

결말은 이고르와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애니에게 묘하게 잘 대해줬던 이고르는, 토로스가 빼앗아간 결혼반지를 몰래 챙겨뒀다가 애니에게 돌려줍니다. 이 행위에 복잡한 감정이 뒤엉킨 애니는 이고르에게 먼저 다가가 관계를 리드하는데, 막상 이고르가 키스를 시도하는 순간 갑자기 그를 밀어내며 오열합니다. 그것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돈도, 결혼도, 사랑도 아무것도 없이 다시 원점에 선 애니가, 자신에게 유일하게 진심이었던 사람 앞에서 무너지는 장면. 해석이 분분하지만, 그 모호함 자체가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 후기 및 평점
영화평점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점수 93%에 관객점수 84%라는 놀라운 점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러닝타임동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뒤로 갈수록 그로테스크해지며 호불호의 끝을 달리게 되는 <서브스턴스>와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인 '션 베이커'는 성노동자를 소재로 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성노동자 한우물 장인 정신이 이렇게 터질 줄이야... 심지어 수상 이후 인터뷰에서 차기작 또한 성노동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찍을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그때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와 라이벌 구도를 그렸던 <서브스턴스> 상세 리뷰를 링크해 두겠습니다.
[최신 영화 리뷰] 서브스턴스 (결말, 줄거리, 수위, 스포, 쿠키, 후기, 평점)
2024년 12월 11일에 개봉한 〈서브스턴스〉에 대한 리뷰입니다. 언제나처럼, 결말과 스포를 모두 포함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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